BGM : 넥스트 - 해에게서 소년에게
https://www.youtube.com/watch?v=a-AOd_ZfNaw
필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검사를 3부작에 걸쳐서 글을 작성하였다. 필자의 아이는 해당 검사를 20개월 때 진행하였으며 햇수로 따지면 약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 가족은 아이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리고 이 검사에 대하여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커져만 갔다. 이번 시간에는 자폐 스펙트럼 검사 후기와 그 치료법 중 하나인 ABA 치료에 대하여 글을 쓰고자 한다. 해당 내용은 필자의 가족이 겪은 경험담이다. 자폐 스펙트럼 검사 보고서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기 바란다.
Part 1. A-DOS 검사편 : https://gbcbaby.tistory.com/28
Part 2. 개인발달검사,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 예일브라운 강박증상척도 : https://gbcbaby.tistory.com/30
Part 3. 사회숙성도검사, 자폐증평정척도, 심리학적 평가보고서 : https://gbcbaby.tistory.com/32
자폐 스펙트럼 검사를 진행하는 환경은 아이에게 낯설다
필자의 아이는 굉장히 신중하다. 놀이터에 가서 놀때도 새로운 놀이를 시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즉, 모험을 굉장히 싫어하는 타입이다. 필자의 반려자는 이러한 아이의 성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놀이터, 키즈카페 등 놀러 가게 되면 아이에게 단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놀이기구를 타도록 하였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의 클라이밍 놀이기구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아이로 하여금 어느 위치에 손으로 클라이밍 지지대를 잡아야 하고 어떻게 발을 딛고 중심을 잡는지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습득하도록 하였다. 우리 아이는 올라가지 않겠다고 크게 울어댔다. 그러나 필자와 필자의 반려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느리지만 천천히 하나씩 키즈카페의 놀이기구를 아이가 즐길 수 있도록 훈련하였다.
자폐 스펙트럼 검사를 위하여 분당서울대병원에 예약을 하고 검사를 시작하였다. 필시 필자의 아이에게는 검사를 진행하는 진료실은 익숙하지 않은 장소였으리라. 이미 병원 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는 울기 시작하였고 병원에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주저 앉거나 드러눕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폐 스펙트럼 검사를 아이가 제대로 수행했을 리가 만무하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필자의 아이는 굉장히 방어적인 기제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의 검사 보고서를 보면 '검사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많이 나오게 된다.
부모가 직접 검사문항을 작성하는 검사가 있다. 그러나 과연 부모는 객관적인가?
사회적 의사소통 설문지(SCQ), 예일브라운 강박증상척도(YBOCS), 사회숙성도검사(SMS), 자폐증평정척도(CARS)는 부모가 설문지를 작성하게 된다. 물론 아이가 검사문항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 선생님 등 주양육자가 작성하게 된다. 그러나 과연 부모가 객관적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러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검사는 부모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예일브라운 강박증상척도의 경우, 내 아이가 강박증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필자의 반려자는 해당 검사 설문지를 작성할 때 가장 어렵다고 답했다. 강박증이 있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이는 특정 놀이, 특정 음식 등에 욕망을 갖고 있더라도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 우리는 부모이지만 우리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우리 아이가 강박증이 있지만 포기하는 것인지 아니면 강박증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다른 욕망을 끌어올려 지금의 욕망을 잠재우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병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다.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고도인 경우에라도 병원에서는 쉽게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필자의 가족은 상담을 받아보니 대략 이러한 이유로 추정하고 있다.
1.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과 관련하여 책임을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대부분 부모는 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기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의 부모와 책임 공방을 벌이기 싫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 아이의 연령이 36개월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 이전에 검사는 치료 등에 활용은 가능하지만 진단에 활용하지 않는다. 아직 아이의 연령이 어리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36개월 이상이 되었을 때 다시 검사를 받을 것을 종용한다.
3. 위의 1항의 사유와 유사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하려면 필히 부모의 동의를 얻은 후에 진단을 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1항의 이유와 같다고 필자는 추정하고 있다. 즉, 부모의 결단이 아이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 아이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의심된다는 진단과 발달 지연 진단을 받는다.
검사를 진행하였지만 똑 부러지는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다만, 발달 지연은 사실이었으므로 필자의 가족은 고심하게 되었다. 어떻게 아이를 치료하고 가르쳐야 하는가? 그 고민은 약 한 달 이상 지속되었다. 가족이 모이면 이 문제로 토론이 오가곤 하였다. 그리고 결국 우리 가족은 결정하게 되었다. 첫 째, ABA 치료를 시작할 것과 둘 째, 주말과 휴가 때 아이와 무조건 자연을 체험하도록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ABA치료란 무엇인가?
ABA(Applied Behavior Analysis)란 우리말로 번역하면 응용행동분석이 된다. ABA는 모든 인간의 활동은 학습된다고 가정한다. 그리고 부족한 행동을 가르치고 반복적으로 학습시켜 외우게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필자의 아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해 보겠다.
필자의 아이는 주스를 좋아한다. 주스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찼을 때 필자와 필자의 반려자는 우리 아이에게 '엄마', '아빠'를 발음하도록 시킨다. 아이는 주스를 먹고 싶다는 욕망이 앞서고 있으므로 발음하도록 애를 쓰게 된다. 발음에 성공하거나 그에 준하는 발음을 시도하면 주스를 주고 먹인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할 것이다. 아이의 감정, 행동양식, 예절 등은 스스로 깨우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 의심인 아이이거나 특이한 아이의 경우에는 모두 교육과 반복을 통해 외우게 해야 한다. 이걸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왜냐하면 필자가 바로 그러한 케이스였기 때문이었다. 각각 처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를 하나하나 외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외운 후에 청소년이 되었을 때는 필자도 필자가 외웠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갔다.
<출처 : 한국ABA행동발달연구소, http://www.koreaaba.com/about/aba.php >
필자는 ABA 치료에 대하여 강하게 반대했었다. 필자는 ABA 치료법에 대하여 상담받을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다. 바로 파블로프 종소리였다. 이러한 치료방법은 반려동물을 훈련시키는 것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의구심도 들었다. 만약 어떠한 보상이 없다면 우리 아이가 과연 사회가 원하는 행동을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출처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00207140800009 >
ABA치료 1년 후, 우리 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의구심과 부정적인 의식을 떨쳐버리고 ABA치료를 진행하였다. "일단 해보자"는 마인드였다. 만약 해보고 아이의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면 그만 둘 요량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1년간 치료 끝에 우리 아이는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에게 관심조차 없던 우리 아이는 이제 가족에게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자신만의 언어와 바디랭귀지로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표현한다. 아직 친구들과 가깝게 지내기는 어렵지만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쁘게도 이제 '엄마', '아빠'는 확실히 발음하기 시작하였다.
ABA치료를 진행하고 보니 깨달은 바가 있었다. 집에서도 ABA치료와 교육방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ABA치료센터에서만 치료하고 집에서 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를 배가 시킬 수 없었다. 꾸준히 될 때까지 부모가 끈질기게 아이를 치료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ABA치료에 대하여 잘 알아야 한다. 사실 ABA치료는 아이가 받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배우고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ABA치료센터에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필자의 반려자에게 혹독하게 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계가 존재하였다. ABA 치료 1년이 경과되었을 때 아이의 발달이 정체되었다. 정체가 길어질 것으로 판단한 우리는 ABA 치료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나 치료를 그만 둔 이후에도 아이와 주말마다 놀고먹고 즐기는 일은 계속하고 있다.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통하여 우리 아이는 성장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자연이 최고의 스승이다. 여행을 떠나 경험을 쌓게 하였다.
약 1년간 필자의 가족은 매주 여행을 떠났다. 우리 아이에게 자연속에서 뛰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목적이었다. 자연이 우리 아이를 잘 키워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이는 해수욕장에서 모래가 묻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였다. 그러나 계속 해수욕장에 가서 해수욕을 즐기고 바다 수영을 같이하면서 우리 아이는 바다와 해수욕장이 친숙한 장소가 되었다. 이제는 해수욕장에 가면 알아서 모래밭을 뒹군다. 우리 아이는 다양한 모양의 플라스틱 조형틀을 갖고 모래로 비행기, 자동차, 기차등을 만드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우리 아이는 동물을 매우 좋아한다.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는 농장이라면 전국을 돌아다녔다. 우리 아이는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동물이 맛있게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면 항상 함박웃음을 짓곤 하였다.
사실 여행을 떠나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은 감통 치료와 같다. 그러하니 필자는 감통 치료보다는 아이를 데리고 자연과 벗 삼도록 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검사와 ABA 치료 후기 요약
1) 자폐 스펙트럼 장애 검사는 부모가 설문지로 작성하여 검사하는 것이 더 많다. 따라서, 부모의 주관이 개입될 확률이 상당히 높으며 검사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2) 병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진단을 받을 수 있다.
3) ABA 치료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에 효과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발달이 어느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4) 아이에게 다양한 체험과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통 치료는 별거 없다. 자연속에서 놀게 하는 것이 바로 감통치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