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사토 나오키(佐藤直紀) - 비천(飛天) (바람의 검심 OST)
https://www.youtube.com/watch?v=O21um_tm-ZQ
필자는 학창 시절에 정말 재미있게 본 만화책이 있다. 바로 바람의 검심이다. 그 당시 3대 필독서였던 드래곤볼, 상남 2인조, 슬램덩크는 아니지만 일본 메이지 유신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이 만화책에서는 인벌(人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인벌이란 죄를 지은 사람을 사람이 처벌한다는 뜻이다. 하늘이 죄를 지은 사람을 처벌한다는 천벌(天罰)과는 대조적인 단어이다. 바람의 검심에서 인벌이라는 단어가 나오게 된 이유는 주인공을 하늘이 처벌하지 않으니 내가(악역) 처벌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PS. 인벌이라는 단어가 역사적으로 사용되었는가는 잘 모르겠다. 다양한 자료를 수집해 알아보았으나 인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일본에서는 존재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인벌(人罰)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 참고 사이트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main/main.do ]
필자는 이번 포스팅을 통해 천벌의 개념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유행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이러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은 이제 법치주의 국가가 아닌 인민재판의 공산주의 국가로 전락할 수 있음을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포스팅을 작성하고자 한다.
천벌(天罰)이란 두 가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천벌의 사전적 의미는 '하늘이 내리는 큰 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천벌은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중의적 의미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한민족은 천손(天孫)이라는 문화적 인식이 고대 시대부터 내려오고 있다. 필자는 이전 포스팅에서 천손강림사상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한민족은 하늘에게 선택받은 민족이며 하늘을 대신하여 국가를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통 역사 중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第天) 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진행해 왔던 것이다. 물론 조선 시대에 들어서 중국 명(明) 나라와 청(靑) 나라와 군신 사대 외교를 하면서 제천 행사의 명맥이 끊겼던 적이 존재하지만 조선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이후에 다시 제천행사를 진행한 사실은 한민족의 사상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즉, 하늘의 선택을 받아 황제(皇帝) 혹은 제왕(帝王)이 된 자가 범죄자에게 처벌을 하는 행위 역시 천벌(天罰)인 것이다.
이 사상을 현대 정치 시스템으로 확장해 보자.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즉, 법에 명시된 대로 처벌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범죄에 대한 판결과 형량을 결정하는 권한은 사법부에게 주어져 있다. 즉, 사법부만이 국민으로부터 이양받은 권력을 토대로 범죄자에게 재판을 진행하고 판결과 형량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의 판결 역시 천벌(天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그 권력을 사법부에게 판결 및 형량의 결정권한을 주었기 때문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속담과 천지인 사상, 홍익인간 모두 인간이 곧 하늘 즉, 천손강림사상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PS. 필자는 우리 한민족이 하늘의 선택을 받았다는 의식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대한민국이 극단적 민족주의(예시 : 나치즘, 내셔널리즘, 파시즘)로 왜곡되는 것에 대하여 경계해야 한다고 항상 주장한다. 천벌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하여 한민족의 천손강림사상을 빌려왔다는 정도로만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래서 인벌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참고 사이트 : 한국민족대백과사전, 제천의식,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51497 ]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가 있다. 그는 고 이선균 배우를 협박했다는 혐의가 존재하는 여성의 신상과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해당 세 사건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세 사건은 언제 누구든지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수 있는 사건이며 그러한 인식이 매우 크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해당 유튜버의 행동을 옹호하는 집단도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참고 사이트 : 경향신문, ‘부산 돌려차기’ 가해자 신상, 유튜버가 공개?, 2023.06.17,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6171142001 ]
[ 참고 사이트 : 서울경제, "95년 원주 출생 ○○○" '故 이선균 협박녀' 신상 공개 유튜버, '사적 제재' 논란 일자 한 말, https://www.sedaily.com/NewsView/29YQ4VQM4G ]
[ 참고 사이트 : 머니투데이, "롤스로이스男 있는 범죄조직" 신상 공개했다가…협박 받은 유튜버, 2023.08.07,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80707223781940 ]
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가 인기를 끄는 것인가? 필자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보고 있다.
첫 째, 피의자들이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형량이 매우 가벼워 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사형제도가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다. 또한, 기타 다른 범죄에서도 사법부의 구형 형량이 매우 낮다. 즉, 국민이 생각하는 범죄 처벌에 대한 형량과 실제 법으로 명시되어 있는 형량의 괴리감이 상당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의식과 개선의 의지를 과연 입법부인 국회와 사법부에서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감을 바로 잡기 위하여 전반적인 처벌 형량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국회에서 해당 문제에 대하여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
둘 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에 대한 불만이다. 마치 가해자는 경찰과 사법부에서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셋 째, 이러한 국민들의 갈증을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버가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천벌을 받아야 마땅해 보이는 피의자들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 유무와 상관없이 대중들은 분노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해 주니 대중들은 이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다.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 = 인벌의 시대
필자는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도 피의자의 신상을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아니한 때에는 절대로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 바로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피의자의 무죄추정)이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4항 ④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형사소송법 제 275조의2(피고인의 무죄추정)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왜 피고인(피의자)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하는가? 첫 째,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둘 째,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기간 동안 혐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셋 째, 공판절차의 입증 단계에서 입증의 책임이 검사에게 있으며 피의자 및 피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금지하기 위함이다.
[ 참고 사이트 : 법무정책연구원, 무죄추정원칙에 관한 연구, 이진국, 도중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https://www.kicj.re.kr/boardDownload.es?bid=0001&list_no=9867&seq=1 ]
만약 신상 공개가 공익에 부합하는 경우가 존재한다면 적용 기준을 명확하게 구체화하고 제도화하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다.
[ 참고 사이트 : 한국일보, [단독] 경찰의 강력범 신상 공개 일관성 없이 멋대로 했다, 2019.02.07,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902061665761374 ]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첫 째, 만약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그에게 가해진 도덕적 비난과 각종 불이익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둘 째, 아직 유무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게 여론과 대중이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과 같이 여긴다는 점이다.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 대한 비난, 협박등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우리는 전문용어로 "사회에서 매장시킨다."라고 표현한다.
필자는 두 번째 사유에서 인민재판이 떠올랐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단지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 행위를 대중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혐의가 무죄로 확정되면 아무도 그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해당 혐의가 있었던 낙인이 찍혀버린 피의자 혹은 피고인들은 그러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냉대를 감당해야 한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다수의 인민들이 표출한 정치적 의사에 의하여 사람을 처벌하는 인민재판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인민재판이란 공개된 장소에서 법관 대신 민중에 의하여 공개적으로 실시된다. 또한, 그 자리에 참석한 민중들의 생각과 사상 그리고 감정에 영향을 받아 판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유무죄의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피의자 혹은 피고인에게 단지 혐의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대중들이 여론을 움직여 한 사람을 사회에 매장시키는 것과 인민재판은 정말 많은 것이 닮아있다.
필자는 대한민국에 이러한 인민재판 식의 문화가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를 '인벌(人罰)의 시대'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인벌이 유행하는 것은 천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사회적 움직임은 바로 입법부와 사법부에 큰 책임이 있다. 입법부는 범죄의 형량에 대하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범죄의 형량이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대한민국 국민들은 범죄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다. 또한, 범죄에 대한 처벌 형량이 법적으로 가볍기 때문에 사법부에서도 형량을 강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사법부 역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사법부에게 준 권한만을 말할 것이 아니라 그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지 그 절차와 방식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국민이 다시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은 사법부의 숙제인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 역시 책임이 있다. 신상 공개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범죄 혐의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로부터 매장시키는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 이는 지속적으로 희생양을 낳게 되며 자연스레 인민재판이 암암리에 벌어지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공산화는 이런 식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 속에 진행되고 있음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글을 마치며 (소크라테스의 사형 선고)
고대 그리스의 철학가 소크라테스는 사형을 선고받았다. 첫 째, 사론(邪論, 간사한 이론)을 정론(正論)으로 만들었다는 혐의와 둘 째,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인정하는 신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는다라는 혐의였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법정에 회부되었다. 그런데 아테네의 재판 방식은 독특하였다. 1차 재판에서는 유무죄의 여부를 결정하고 2차 재판에서는 형량의 여부를 결정하였다. 소송금액에 따라서 배심원의 수가 결정되었다. 소크라테스의 경우, 501명의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였다. 또한, 배심원의 투표 결과를 토대로 유무죄의 여부와 형량의 여부가 결정되었다.
아테네 법정 501명의 배심원은 유죄 281명, 무죄 220명의 투표 결과를 토대로 소크라테스에게 유죄를 선고하였다. 그리고 2차 재판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유죄 판결을 하는 것은 법치국가 아테네의 '치욕'이며 신성한 법정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법정을 철학적 논쟁의 장으로 변화시키고 아테네 인들의 무지를 비판했다.
소크라테스는 그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고 사형 선고를 받아들였다. 그는 결국 독약을 마시고 사망하게 된다.
필자는 이 사건을 인벌의 시대, 인민재판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연 대중들은 집단 지성을 가지고 항상 올바른 판단을 하여 소크라테스와 같은 희생자를 만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천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인벌을 내리겠다고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길인가?
[ 참고 사이트 : 라이프인, [독서 오딧세이, 소크라테스와 플라톤②] 소크라테스의 죽음, 2022.03.18, https://www.lifein.news/news/articleView.html?idxno=13791 ]
'#5. 개복치의 기원 : 역사, 정치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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